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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한국어학을 전공하고 2015년 교환학생으로 경남에 온 일본인 이토 아사미(22)양과 2013년, 한국말을 전혀 모른 체 유학 와서 어느덧 경남생활 5년 차에 접어든 중국인 류무(24)군과 대화는 경남에서 생활하는 외국 청년들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되었다.외국인 유학생 9만 명 시대, 현재 경남에서도 2,000여 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생활’로써 우리의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물론 모두를 대표할 순 없지만, 평범하기 그지없는 두 학생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경남 생활을 들어보고자, 새 학기를 기다리는 겨울의 캠퍼스를 찾았다.류무군혹시 오기 전에 경남이란 곳을 알고 있었나요? - 류무 : 사실 중국에 있을 때는 전혀 몰랐어요. 서울이나 부산 정도만 알고 있었죠.- 아사미 : 저는 알고 있었어요, 한국에 오기 전에 TV에서 <응답하라 1994>란 드라마를 정말 재밌게 봤는데요, 거기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말투나 지역이 궁금해서 한국의 이곳저곳에 관심이 생겼었고요, 자연스럽게 경남을 알게 됐어요,경남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 류무 : 공항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차가 정말 많아서 놀랐어요. 거리의 크기에 비해서 양쪽에 나무들이 많은 게 인상적이었고요, 완전 대도시의 모습이라 놀랐어요. 특히 쓰레기 없이 깨끗한 거리 때문에 정말 첫인상이 좋았어요.- 아사미 : 우선 공기가 너무 상쾌해서 좋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정말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너무 기뻤어요.처음으로 대화한 경남 사람은 누구였어요? - 류무 : 아마 길을 물어봤던 아주머니 같아요. 그땐 정말 한국말을 전혀 모를 때라, 서툰 영어와 함께 손짓 몸짓으로 물어봤는데. 정말 친절하게 가르쳐주셔서 잘 찾아갔던 기억이 있어요. 감사했죠.- 아사미 : 저는 택시 기사님이셨는데요. 외국인인 줄 알아보시고, 쉬운 단어를 써가시며 대화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정말 친절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어요.한국 사람들은 스스로 정이 많다고도 하는데, 실제로 그런 편이 맞나 봐요. - 류무 : 정말 정이 많아요. 제가 사는 곳(중국 항주) 사람들보다도 정이 많은 것 같아요. (웃음)- 아사미 : 맞아요, 일본인인 제가 봐도 한국 사람들은 정이 많다고 느껴요.그렇게 와서 생활해본 경남은 어떤가요? - 아사미 :생활하기 정말 편리하고 좋아요. 특히 거리나 건물들이 깨끗해서 좋아요. 그리고 날씨 면에서는 여름에 제가 살던 곳보다 시원해서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사는) 사이타마는 많이 습한 편이거든요.그런데 겨울은 경남이 훨씬 추워서 그럴 땐 고향이 그리워질 때도 있어요.(웃음)- 류무 : 맞아요, 겨울은 정말 추워요. 이제 4년 정도 되니까 적응이 조금 되는 것 같아요. 생활면에서는 저도 정말 편리하다고 생각해요. 스마트폰으로 웬만하면 다 할 수 있는 환경이고요. 사람들도 정말 좋고요.아사미양경남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은 어딜까요? - 아사미 : 합성동 지하상가요! (일동 웃음) 가게가 너무 많고 지하에 있기 때문에 날씨에 상관없이 갈 수 있고, 또한 주변에는 맛집도 많아서 친구하고 놀러 가기에 좋은 것 같아요. 관광지로는 합천영상테마파크를 추천하고 싶어요. 최근에 가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사진 찍기에 좋은 곳도 많고 음식도 맛있었고요. 체험할 수 있는 것도 많아서 재미있었어요.- 류무 : 저는 거제도를 좋아해요. 특히 외도가 있어서 있데요, 경치도 좋고 바다도 있고, 꽃도 많고. 그런 섬 가본 적이 없어요. 아, 그리고 저도 합성동 지하상가 좋아해요(웃음)여러분의 나라에서 마치 경남과 닮은 곳이 있나요? - 류무 : 제가 사는 항주요. 날씨도 그렇지만. 특히 사람들이 정말 비슷해요.여기 사람들도 정말 말을 빨리하지만 항주 사람들도 중국에서는 정말 말을 빨리하는 편이에요. (웃음) 그런 면이 비슷한 거 같아요. 항주 사람들도 정이 많고요.- 아사미 : 서울은 도쿄, 부산은 오사카하고 느낌이 비슷하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경남은 간사이 지방이랑, 창원은 효고 현과 비슷한 것 같아요. 효고 현은 오사카의 옆쪽에 있는데요, 히메지성이 유명해요. 효고 현에는 항구도 있고 온천도 있고 산과 바다의 자연이 풍부한 도시에요. 또한, 간사이 지방 사람들은 정도 많고, 빨리빨리 하고 행동하고 싶어 하는 점도 경남 사람들하고 비슷한 것 같아요. (웃음) 학교생활 해보니 한국 친구들은 어때요? - 류무 : 한국 친구들 정말 재밌어요. 저는 정말 이렇게 밝고 쾌활한 친구들을 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한국 친구들은 공부할 땐 정말 열심히 해요. 화끈하게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아사미 : 한국에 온 지 1년 정도 되었는데요. 아직 한국 친구들과 친해지진 못했어요.조금의 벽은 느껴지긴 하는데,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근데, 한국 교수님들 보면 친구처럼 가족처럼 대해주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좋아요. 제가 본 일본의 교수님들은 학생과의 관계가 딱딱하고 관심을 크게 가지지 않는 편이거든요,대부분의 한국 친구들은 취업이 가장 큰 고민일 텐데요, 여러분의 고민은 무엇인가요? - 류무 : 저도 마찬가지예요. 중국도 경제가 안 좋기 때문에 중국에 있는 친구들도 취업 걱정을 많이 해요. 아직 뚜렷한 계획은 없지만, 한국에 있는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돌아가서 취직하는 게 목표에요.- 아사미: 일본은 요즘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지만 취업 걱정은 여전히 하고 있어요.제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공부해서 한국인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고 싶은데, 번역기가 너무 잘 나와서 유학의 가치가 없을까 봐 고민이에요(웃음)인터뷰 전까지만해도 서로 몰랐던 이 두 청년은 사진 촬영을 할 즈음엔 여전히 수줍지만 묘한 동질감 때문인지 서로를 향해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었다.합성동 지하상가에서 노는 걸 좋아하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선 여전히 고민인 이 청춘들은 어느새 또 하나의 경남 청년이 되어 있는 듯 했다.- 류무 (24, 중국 항주, 창신대 경영회계학과3)- 이토 아사미(22, 일본 사이타마 현, 창신대 호텔관광학과2)
17.02.10.창원 창동예술촌의 어느 골목길, 그 사이 큰 유리창으로 내부가 훤히 보이는 작은갤러리 ‘SPACE1326’이 있다. 사진을 좋아했고 오랜 타지 생활을 했던 강대중 대표는 몇 해 전 휴식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서 그를 찾는 사람이 많았다. 사진을 통해 인연이 되었던 사람들과 지역 옥션사업을 구상하다 방향을 바꾸었다. ‘미술 전시장’, 그에게 다소 생소했지만 자신있었다. 지역 예술인과 함께 꿈을 안고 ‘SPACE1326’이 문을 열었다.미술갤러리의 문턱을 투명하게 바꾸다‘사진’은 강대중 대표가 자신있고 좋아했던 분야였다. 학부시절 전공과는 전혀 다른 분야였지만 더 공부하고 싶어 상경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술’은 달랐다. ‘작품’으로의 미술은 어렵고 다가가기 어려웠다. 사진으로 인연을 맺은 예술가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예술가가 아닌 ‘기획자’였기에 많은 공부를 필요로 했다.SPACE1326 강대중 대표“우리 지역사람들은 예술을 어렵게 생각한다. 나도 물론 그랬다. 그래서 모두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랬다. 갤러리 이름도 ‘스페이스1326’이다. ‘스페이스(SPACE)’는 공간이라는 뜻이고, ‘1326’은 문 앞 투명 창을 뜻한다. 유리창은 각 가로 130㎝, 세로 260㎝이다. 가운데를 기준으로 양 옆으로 똑같은 창이 있다. 이 ‘1326’창으로 작품을 다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갤러리와 관람객이 소통하였음 하는 바람이 있다.”미술과 돈, 이율배반적인 관계인가‘갤러리’라고 하면 고가의 작품이 판매되는 곳으로, 서민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이율배반’적이란 말이 적합한 듯 했지만 강 대표이 생각은 달랐다.“작품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 많은 공부를 하고 시간을 투자 했다. 자신의 개성을 찾기까지에 많은 좌절을 하기도 한 사람이 예술가이다. 다른면에서는 예술가의 고고한 중심적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 미술과 돈, 둘의 관계를 이율배반적인 시선으로 보는게 이윤배반적이다.”문을 열고 문턱을 낮추다재작년까지 한 달에 한번이상 공연을 했다. 이제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뮤지션도 이곳에서 공연을 했다. 작가의 제안으로 갤러리에 돗자리를 깔고 공연을 관람하는 ‘돗자리 모임’을 진행하기도 했다. 홍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계속된 아트페어 참여와 같은 외부 일정으로 갤러리에 전시 이외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게 어려웠다.작년 갤러리는 한 달에 2회 이상 전시를 진행했다. 전시를 기획하고 전국의 작가를 섭외하며,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고자 했다. 기대와 달리 좋은 작품이 많은데 일반인들에게 어려운 곳이라 느껴졌는지 갤러리 밖에서 지나쳐 가기만 했다.“투명 유리창을 통하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작품과 가까워지고 갤러리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우리가 문을 열고 관람객이 들어와 작품을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갤러리 문을 늘 열어두었고, 그때부터 갤러리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공연 이외에도 작년에 갤러리의 문턱을 낮출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50·50’ 전시였다. 작품가격을 50만 원 이하로 책정하여 작가들에게 작품을 선보이자고 했고, 경남 뿐 아니라 전국의 작가들이 출품했다.“해외에 나가면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일상적이다. 특히 화분과 같이 인테리어용으로 많이 구입한다. 우리가 옷이나 가방을 사 듯 자연스럽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것을 부자연스럽게 여긴다. ‘50·50 展’은 일반적인 소비가 될 수 있도록 돕는 전시이기도 했다. 멀리 대구나 부산에서 찾아온 생애 첫 구매자도 있었고, 신선한 전시였다.”“50명의 작가중에 절반의 작가의 작품이 판매되었다. 기대이상이었다. 지역에서도 이런 소비가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특히 유행에 따르지 않는 고른 취향이 보여 기획자로써도 좋았다.”작가와 작품, 관람객의 ‘매개공간’이 되다“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장소가 갤러리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하고 세계적으로도 많이 알려진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도 중요하고 갤러리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입장에서는 작품을 많이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작가들이나 신진 작가들에게는 기회가 흔하지 않다. 그래서 그런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갤러리 이고 싶다. ”강대중 대표는 작품을 보는 방법도 명쾌하게 알려주었다.강대중 대표의 뒷편에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갤러리는 작가와 작품, 관람객의 ‘매개공간’이다. 작품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개인적으로 작품을 볼 때 ‘좋다’, ‘싫다’, 그리고 ‘모르겠다’를 느낀다. 그 작가의 의도와 사상, 유명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게 개인의 느낌이다. ‘좋은데 모르겠다’는 좋은거다.”삶의 즐거움, 버티다 보니 즐겁다강 대표는 얼마전 창원의 경남대학교와 창원대학교 미술학부생 4명과 ‘O.T展’을 열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나가기 위한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에서 전시명을 따왔다. 작가로 발돋움하는데 겪게되는 포트폴리오 만들기, 전시명 정하기, 작품 설치 등을 전시 참여 작가들과 직접하며 갤러리를 처음 준비할 때를 되돌아 보게 되었다. 대학원에 입학하는 4명의 작가는 계속해서 작품활동을 하고싶다고 한다. 강 대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다.“유명한 문화기획자의 동영상 강의를 보았다. 이 바닥에 살아남기 위한 방도는 ‘버티는 것’이라고 했다. 작년 말 갤러리를 계속 해야하나 고민이 많았다. 4년을 버텼다. 도와주는 작가들이 있어 계속 버텨간다.”SPACE1326은 올해도 계속 버티기로 했다. 이번 달 싱가포르 아트페어를 시작으로 내달 2월부터는 지역의 작가들과 함께 경남은행본점 갤러리에서 작년에 이은 ‘50·50展’을 연다.
17.01.26.경남경찰청 기획예산계장을 맡고 있는 이병석(43) 경정 업무 공간은 좀 특별나다. 책상 주위에 웬 장난감들이 빼곡하게 진열해 있다. 다름 아닌 '드론(카메라 달린 무선 조종 비행체)'이다. 개인 돈 수백만 원을 들여 산 것들이다. 모르는 이들이 보면 이 사람 정체가 뭘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그에게 드론은 가장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다.지적 호기심에서 시작지난 8월 경남경찰청 내에 드론 동아리가 만들어졌다. 경찰관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포함해 250여 명이 참여했다. 이병석 경정이 주도했고 회장 또한 맡았다. 그가 드론과 인연을 맺은 것은 1년밖에 되지 않는다.“지난해 경찰대학에서 드론 특강을 들었습니다. 찌릿한 지적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올해 2월 부산에서 있었던 드론 박람회에 참가하면서 완전히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국내에 있는 드론 관련 서적 24권을 탐독하고, 또 실제 드론 조종을 익히기 시작했습니다.”이병석 기획예산계장 경정.평소 성격상 단순한 취미생활에 머물지 않았다. 업무에 접목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실종자 수색에 활용하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서는 이미 경찰이 민간인 도움을 얻어 활용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경찰이 전문성을 키워 독립적으로 할 수 있다면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가 지금 드론에 매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연간 전국 실종자가 3만 7000명에 달합니다. 장기실종자 1명을 찾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5억 7000만 원 가까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또한 사람이 일일이 수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산악이나 특수한 장소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이 때문에 드론 접목은 이전까지의 실종자 수색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동아리 내 경찰관 회원들을 중심으로 드론 수색 훈련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이미 모의 수색을 거쳐 실제 현장에 투입되기도 했다. 다행히 실종자가 일찍 발견되었기에 아직은 구체적인 성과를 낸 것은 아니다.현재는 촬영 목적의 일반 드론을 이용하고 있다. 이에 열화상카메라·인공지능 등이 장착된 '실종자 수색 전문 드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경찰청이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는 시제품이 나와 그 이듬해에는 일선 현장에 보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병석 기획예산계장 경정.그는 드론 강의·세미나에 참석하느라 더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경찰관들 인식 변화가 느껴진다고 한다. 이전까지 드론을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던 것에서, 하루빨리 보급되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는 것이다.그는 스스로 드론 이론서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는 수색뿐만 아니라 경비·교통·수사 등 경찰 업무 전 분야에 드론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이 경정 덕분(?)에 기획예산계 직원들 모두 드론 열공에 빠졌다. 이 대목에서 "일거리를 안겨줘 미안할 따름"이라며 동료들 눈치를 살짝 본다. 이러한 동료들 노력이 어우러져 경찰청 주관 정부 3.0 우수사례에서 기획예산계가 발표한 '드론폴리스 네트워크'가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이 경정이 맡은 기획예산계 업무 범위는 매우 포괄적이다. 경남경찰이 추진해야 할 기본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중점 추진 과제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세운 후 그것에 대한 성과를 평가한다. 돈 쓰임새를 알차게 짜는 것 또한 당연히 포함한다.지금 그가 드론은 빠져있는 것 또한 외도(?)가 아니다. 새로운 신기술을 업무에 적용하는 것이기에 야심 찬 기획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저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심심한 걸 참지 못하고 뭔가 이것저것 일을 벌이려는 쪽이죠. 그런 면에서 기획 일이 적성에도 딱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이병석 기획예산계장 경정.전국 최초 법 적용 성과드론 이야기가 길어졌다. 하지만 그의 경찰 이력에서 들어볼 이야기는 매우 많다.그는 경찰대 합격 이후 마산 남성동파출소장을 시작으로 경찰청장·경찰청차장·경찰대학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다시 경남경찰청으로 돌아와 외사계장·외사정보계장·외사수사대장·홍보팀장, 마산중부서 경비교통과장 등을 지냈다.특히 외사과 근무 시절 기억에 남는 사건들을 많이 처리했다.“1조 원 이상 피해를 볼 뻔한 대기업 산업스파이를 검거한 적이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모두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법 적용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전국 최초로 산업기술보호법을 적용했습니다. 산업자원부 공고·고시에 보면 '핵심기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동안 법 적용을 못 하고 있었던 거죠. 법 공부를 해가며 이뤄낸 성과입니다. 하나의 선례가 되어 보람된 마음이 컸죠.”2006년에는 유사휘발유를 제조·유통한 60여 명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당시 전국 최대규모인 2600만 리터로 시가로 따지면 260억 원어치에 해당했다.또한 같은 해 학위증명서부터 출생·사망진단서까지 위조한 '외국인 가짜 유학생' 280여 명을 적발했다. 이 일로 교육부가 발칵 뒤집히면서 대학교에서 신입생을 편법으로 받던 관행이 사라졌다. 2007년에는 국내 최대 장기밀매 사범 67명을 무더기로 붙잡기도 했다.이병석 기획예산계장 경정.뭔가를 해야 하는 '하고잡이'마산이 고향인 이병석 경정은 마산중앙중-창원경상고를 거쳐 경찰대학에 들어갔다. 어릴 적부터 꿈은 줄곧 경찰관이었다.“인터폴이라고 하죠. 멋있다는 생각에 국제경찰관이 되고 싶었어요.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경찰관이 되면 좋겠다'는 말씀을 남기시면서, 꿈은 확고해졌죠. 다행히 성적이 나쁘지 않아 경찰대에 들어갈 수 있었고요.”뭔가를 끊임없이 하려는 성격은 어릴 적부터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축구·태권도·합기도 등 운동이라면 빼놓지 않고 열심히 했다. 대학 때는 아마추어 권투선수로도 활약했다. 서울시 아마추어 신인선수권대회 미들급에서 우승까지 한 경력을 자랑한다. 이때 유명 상표 신발을 신고 뛰었는데, 이후 해당 회사가 만드는 월간지 표지모델을 하기도 했다.또한 대학 때는 그룹사운드 보컬로 활약하기도 했다.그는 고등학교 적성 검사 때 경찰·군인 쪽으로 100점 만점이 나왔다고 한다. 실제 경찰관 생활을 20년 가까이 한 지금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조직 생활에 잘 맞는 것 같아요. 때때로 집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일이 많아 가족에게 미안한 것 빼고는 뭐, 정말 후회 없는 직업을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그날 힘든 일이 있더라도 '소맥(소주·맥주)' 한잔이면 피로가 싹 가신다고 한다. 때때로 동료들을 집에 데리고 가 아내에게 술상을 차리게 하는 간 큰(?) 남편이기도 하다. '밖에서 마시는 것보다 백배 낫다'는 이해심 많은 아내이기에 가능한 일이다.이 경정은 경찰대 졸업 후 25살 때 이른 결혼을 했다. 현재 대학생·고등학생인 아들 둘을 두고 있다.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아빠는 늘 바쁜 사람이니까"라며 이해 아닌 이해를 해 줬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를 "빵점 아빠, 빵점 남편"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한다. 그럼에도, 다시 일 이야기로 이어지자 눈빛이 반짝거린다.“자리에 욕심 안 내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능력을 갖춰놓고 있으면 어느 분야에서든 저를 필요로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럴 때 조직의 구원투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 그리고 드론 분야에서는 제대로 된 전문가가 되고픈 욕심이 있습니다. 지금은 경찰대 드론연구센터장이라는 작은 직책을 갖고 있는데요, 훗날 드론 관련 부서가 만들어지면 국장이 한번 돼 보고 싶네요.”
16.12.20.작년 말부터 일반인들도 체감하기 시작한 경제 침체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고비, 2008년 세계 금융위기보다 심각하다는 이야기는 이제 식상한 평가가 돼버렸다. 굵직한 조선소들의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조선업이 밀집한 경남에서 한국 전체의 취업률·실업률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조선 '빅3'는 어떻게든 살았지만 납품업체인 중소기업의 생존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비단 조선업종만 국한된 일도 아니다. 대한민국 경제의 희망인 중소기업이 흔들리고 있다.경제 불확실성으로 불안한 중소기업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지방 중기청장의 역할이 크다. 2015년 2월 취임한 엄진엽(50) 경남지방중소기업청장은 지난 2년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하루 한 명 이상 만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지방 중소기업청은 서비스 기관"이라며 낮은 자세를 강조하는 엄 청장은 취임 초기 '기업 스며들기' 공약(?)은 아주 잘 지킨 셈이다. 두 시간 인터뷰 동안 그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소통'이다. 그다음이 '현장', '협업'이다.취임 이후 '첫 만남 서비스' 구축·활성화중소기업청은 우리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을 육성·지원하는 기관이다. 1996년에 산업통상자원부 외청으로 개청해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소상공인의 자생력 제고를 위해 창업, 자금, 인력, 기술개발, 수출, 판로, 전통시장 현대화 등 다양한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하지만 정책과 지원 예산이 난립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정작 자신들에게 필요한 사업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에 엄 청장이 취임 후 구축한 시스템이 '첫 만남 서비스'다.엄진엽 경남지방 중소기업청장."올해 중앙 부처와 지자체에서 운용하는 정책 자금만 해도 130개가 넘을 만큼 중소기업 지원사업은 다양합니다. 반면, 중소기업 정책 인지도는 23.6% 수준으로 매우 낮습니다. 경남지역 23만 중소기업 중 28%만이 정부지원 제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만나보니 중소기업 지원 시책을 전혀 모르거나 어디로 문의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사장들이 너무 많아서 적잖게 놀랐습니다."경남중기청은 전화 한 통이나, 팩스 한 통만 보내면 직원이나 비즈니스지원단 전문가가 18개 시군 어디라도 해당 중소기업을 찾아가서 지원 정책을 설명하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첫 만남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한 기업은 첫 만남 서비스를 통해 관세를 2000만 원 환급받았습니다. 작은 중소기업에 2000만 원이 얼마나 큰 돈입니까?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은 지원 신청이 전혀 없는 업체인데 이유는 반반입니다. '몰라서'가 50%이고, '알아도 서류 작성 요령을 몰라서'가 50%입니다. 50인 미만 업체가 90%다 보니 인력이나 여건이 안 되죠. 이런 업체 컨설팅과 서류 작성을 돕는 것도 경남지방청의 주요 업무입니다.""현장에 문제와 답이 있다""지방 중기청장은 사무실에 있는 비율을 20%로 줄여라."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의 지침이기도 했고 앞서 취임한 엄 청장의 지론이기도 했다. 본청 경영지원국, 정책국, 기획조정관실을 거쳐 비서실장을 지낸 엄 청장은 현장을 제대로 경험하고 싶어 한정화 전 중소기업청장에게 경남 파견을 신청했다. 산업단지가 밀집돼 있고 하청업체가 많아 중소기업 현장 목소리를 액면 그대로 듣기에 제격이라고 판단했다고."최근 경기 침체로 취임 당시보다 지역 중소기업들의 체감경기가 나빠진 것이 사실입니다. 국제유가 하락과 세계 교역량 감소로 수출이 감소하고 주력산업인 조선업이 구조조정을 겪는 등 지역 관련 중소·중견기업들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논의 때에는 조선업과 조선 기자재 업체를,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에는 한진해운 협력사를, 태풍 차바 피해 시에는 피해 중소기업 등을 매주 5개 업체 이상 방문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모든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지만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방문한 기업에 대해서는 방문카드를 작성해 애로 해소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엄 청장은 현장에서 들은 기업 애로 첫 번째는 '자금 운영'을 꼽았다. 특히 최근에는 금융권에서 조선 업종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출·보증금 발급을 기피하거나 만기 연장을 거부하고 대출 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등 과도한 상환 요구를 하고 있어 조선 기자재 업체가 생존을 위협받는다고 우려했다.엄진엽 경남지방 중소기업청장."리스크 부담이 있어 대출(신용) 보증 기한이 짧고 심사가 엄격한 것은 이해가 되면서도 해당 중소·중견기업들이 겪는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건조 역량과 기술력이 위축되거나 사장되지 않고 설계분야 등 우수한 인력이 중국 등 경쟁력에 유출되지 않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장기 전망과 원칙에 입각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실업과 지역 경제 어려움에 대한 보완대책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엄 청장은 현장에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전국적으로 동시에 열린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경남에서 참여한 전통시장을 찾은 엄 청장은 상인들 의식이 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명칭이 '코리아 세일 페스타'면 시장을 찾은 도민들은 기본적으로 할인행사가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축제만 있고 상인들이 할인은 전혀 하지 않더라고요. 여러 상황으로 어려운 것은 이해가 가지만 상인들도 시장을 찾는 소비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일 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꾸준히 열릴 예정인데 이 기간 만큼은 감사 세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올해는 대형유통점과 같은 기간 열렸지만 기간도 달리하고 상인 교육을 통해 전통시장 변화를 이끌어 낼 생각입니다.""중소기업 활성화가 한국경제 답이다"지표상으로 한국의 전체 고용률은 지난해 65.7%로 청년(15~29세) 고용률은 40%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OECD 가입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대학 진학률은 70.9%가 넘는데 이들 고학력 대졸자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중소기업 인력 수요는 전문대 이하가 50%를 넘고 양자 간 불균형이 크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조사(2015년 6월)에 따르면 인력 채용 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중소기업의 응답 비율은 80.5%에 달하는 등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각한 사회문제도 대두하고 있다.기업은 구인난, 청년층은 취업난이라는 부조화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엄 청장은 한국 경제의 미래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라고 단언했다. 고용 창출 측면에서다."미스매치의 주요 원인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를 들 수 있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대기업 월평균 임금이 479만 원인데 중소기업 월평균 임금은 289만 원으로 약 60% 수준입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국민 인식도 근로 조건, 안정성 면에서 54.6점으로 대기업의 72.8점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입니다. 청년은 취업하지 않고 중소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로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합니다. 외국인 노동자 역시 최저임금을 보장해주면서 숙식을 제공해줘야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 부담은 더욱 커집니다. 상업고, 공업고 역할이 다시 강화돼야 합니다."엄진엽 경남지방 중소기업청장.엄 청장은 인건비를 아끼고자 국외지사를 둔 대기업 고용 창출은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중소기업청은 특성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취업 맞춤반을 운영하고, 특성화고와 전문대학(창원문성대학)을 연계해서 4~5년 과정으로 중소기업 현장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기술사관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 사업주와 근로자가 공동으로 적립한 금액을 5년 후에 근로자에 목돈으로 지급해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내일채움공제'를 운영하고, 중소기업에서 5년 이상 장기 재직한 무주택 세대주에 대해 아파트 특별분양 추천 등 혜택을 주고 있다.엄 청장은 중소기업 근로자의 다양한 혜택에도 제일 중요한 인식 개선이 쉽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소기업 인식 개선을 위해 근무 여건이나 직원 육성에 힘을 쏟는 우수 중소기업을 방문해 인식 개선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청년 실업이 심각해지면서 청년 창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창업은 구직활동보다 훨씬 어려운 과정으로 성공 창업을 위해서는 아이디와 열정뿐만 아니라 전략, 자금, 판로, 네트워크 등 갖추어야 할 부분이 많다.엄 청장은 경남중기청의 가장 큰 장점을 관계 기관 간 협업을 통한 창업 네트워킹을 꼽았다."경남은 엔젤클럽이 7개 운영되는 등 전국 대비 엔젤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편입니다.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와 창업선도대학, 청년창업사관학교, 1인 창조 비즈니스 지원센터 등 청년창업 관련 인프라가 다른 지역보다 잘 조성돼 있죠. 창업에 뜻이 있는 예비 창업가들은 이러한 지원 기관들을 방문해서 상담도 받고 준비 중인 사업모델이 있으면 조언을 구해 투자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적이고 참신한 내용으로 구체화하세요. 청년 창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환경이 조성되려면 사회적으로 어려서부터 기업가 정신 교육이 중요한데, 창업동아리나 청소년 비즈쿨 등에 참여하는 학교들이 많아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문턱 낮은 경남지방청 만들겠다"지방 중소기업청은 정책을 현장에 실현하고 알리는 서비스기관입니다."이 이야기는 인터뷰 전부터 엄 청장에게서 자주 듣던 말이다. 엄 청장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만날 때마다 권위적인 중소기업청 직원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는 말로 간담회를 마무리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엄 청장이 당부하는 늘 말이 있다. 하루 10분 투자다."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 대표들에게 늘 당부하는 게 하루 10분 투자입니다. 스마트폰 앱으로 '기업마당'을 다운로드 받으면 분야별 지원 정보와 중소기업 CEO가 알아야 할 주요 정책 위주로 엄선한 정책 안내 책자를 전자책 형태로 볼 수가 있습니다. 특히 규모, 수출액, 직원 수 등 써넣으면 조건이 되는 맞춤형 지원 정책을 알려줍니다. 며칠 들여다보면 금방 회사에 유리한 정책이나 방향을 찾을 수 있는데 아무리 강조해도 안 따라오는 업체들이 있어 늘 안타깝죠."엄진엽 경남지방 중소기업청장.또 엄 청장은 중소기업인들에게 중기청의 잦은 방문을 당부했다. 머리를 함께 맞대보자는 말이다."정부 정책 자금 필요 없이 사업을 운영하면 가장 좋겠지만 위기가 찾아오게 마련입니다. 그럴 때 문턱을 밟고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 역할입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우리 경제의 근간이자 서민경제의 뿌리입니다. 최근 전체 수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경남지역 중소·중견기업 수출은 5.2% 증가하는 등 경제회복에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힘든 작은 기업들은 문턱 닳도록 중기청을 방문해서 물어보고 어려움을 알려주세요."
16.12.13.겨울로 접어들며 농구 등 일부를 제외하고 시즌이 끝난 종목은 사실상 비수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는 지금이 더 중요한 시기다. 각종 대회가 마무리되면서 뉴스에서는 사라졌지만 선수들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담금질에 여념이 없다. 오히려 여름보다 더 많은 땀을 쏟아낸다. 좌절을 극복하고자 끊임없이 자신과 싸우는 선수, 어려움을 견뎌내고 새로운 출발점에서 도약을 준비하는 이들, 월등한 기량으로 내년 그리고 그 이후가 기대되는 선수들을 현장에서 만나본다."꼭 기억해주세요. 4년 뒤 TV에서 볼 수 있을 거예요."도쿄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다부진 꿈을 가진 임해진(21·창원대 체육학과 1년) 선수. 그는 젊은 나이에 몇 차례 좌절을 겪으면서 양궁을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견뎌내고는 다시 활을 잡고 오뚝이처럼 당당히 섰다. 올해 충남 전국체전에서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미선을 제치고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전국체전 금메달은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 뿐이라고 말했다. "가장 사랑하던 양궁을 다시 하게 돼 몹시 행복해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요. 꼭 지켜봐 주세요."창원대 체육학과 양궁 임해진 선수다음은 일문일답.-언제 양궁을 시작했나?"운동신경이 특출났거나 그랬던 건 아니고요. 원래 집이 경기도 여주거든요. 초등학교 4학년 때 너무 산만해서 집중력 강화를 위해 사격을 해보라는 부모님 권유로 알아보다 유사한 양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해보니까 적성에도 맞아 재미났어요. 당연히 성적도 예상보다 잘 나왔어요. 초등학교 5학년부터 두각을 드러내면서 전국대회에 나가면 3관왕도 하고…. 메달 없이 돌아온 적이 없었어요. 경기도에서는 제일 잘해서 당시에는 신궁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호호."-그동안 많은 좌절을 겪었다는데?"중학교 때 체력훈련 강도가 심하니까 초등학교 때 안 좋아도 그냥 넘어갔던 것이 도지면서 왼쪽 손목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양궁을 접고 공부를 하면서 방황을 많이 했어요. 부모님 애도 많이 먹였어요. 부모님이 우시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다잡고 중학교 3학년 때 다시 양궁을 시작했고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상반기까지는 국가대표 1차 평가전에서 2등할 정도로 잘했어요. 그런데 2학년 또 다친 손목이 재발해서 양궁을 포기할 위기였는데 지금 창원대 감독이신 윤영일 감독님이 두 달가량 저희를 봐 주시면서 재활할 수 있었죠."-실업팀에서 대학으로 온 이유는?"아버지가 공무원이시지만 4남매와 할머니, 할아버지, 큰아버지까지 모셨기 때문에 가정형편이 어려웠어요. 저는 고등학교 때 반에서 3등 할 정도로 공부도 나름 잘했어요, 그래서 대학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그럴 수 없었죠. 3학년 때 겨우 재활해서 조금 성적이 나오면서 청주시청으로 갈 수 있었고요. 그런데 2년차 접어드는 그해에 동계훈련을 하다 쓰러졌는데 천식이 심해 운동하기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어요. 이후에 성적도 나오지 않으면서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했죠. 백수로 놀고 있을 때 윤 감독님이 공부도 하고 양궁도 다시 하자며 창원대 입학을 권유했어요. 공부도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해서 곧장 시험치고 운 좋게 합격해서 올해 입학했습니다."임해진 선수가 실수를 줄이고 자세를 바로잡고자 어려서부터 적어온 훈련 일지.-학교생활은 어떻나?"정말 재미있어요. 공부도 하고 사랑하던 양궁도 다시 하게 돼 몹시 좋아요. 교수님들이 훈련이나 대회를 앞두고는 수업에 대해 배려를 해주시는데 저는 웬만하면 거의 수업을 다 들으려고 해요. 최근에 뉴스에 나오는 그 친구와 비교하지 마세요. 호호. 친구들과 조별 과제하고 토론하고 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고요. 그동안 운동만 하면서 왕따처럼 친구가 없었는데 친구도 많이 생겼어요. 1학기 때는 평점 4.39로 1등 했어요. 운동할 때는 또 무섭게 운동만 합니다. 운동만 할 때는 하루에 800발씩 쏘고 있어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또 수업 듣고, 빈 시간에는 공부하고…. 최대한 자투리 시간도 놓치지 않고 알차게 활용하려고 계획을 잡아서 하고 있어요. 밤에는 10시까지 훈련하고요. 돌아와서 또 12시까지 공부하고…. 하루에 4시간만 자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전국체전에서 금메달 땄을 때 기분은?"올해 상반기까지 열심히 했지만 별 성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감독님 믿고 계속 집중해서 훈련하니까. 점점 자신감이 생기면서 전국체전에서 금메달 딸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왔어요. 그런데 그날 바람이 너무 많이 불었어요. 또 최종 라이벌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미선이었거든요. 부담됐지만 그동안 훈련했던 힘든 시간을 떠올리며 한발 한발 정말 집중해서 쐈어요. 몹시 기뻤지만 그보다 노력하면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확실히 깨치는 계기였어요.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 금메달보다 더 큰 성과인 것 같아요."-앞으로 계획과 포부는?"그동안 많은 좌절 끝에 다시 활을 잡았잖아요. 그러니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을 합니다. 대부분 국가대표들은 정말 타고난 재능에 노력까지 더해진 선수예요. 그런데 저는 타고난 소질이 모자라니 2배 더 훈련하는 수밖에요. 그런데 힘들지 않고 너무 재미있어요. 국가대표로 선발돼서 2년 뒤 아시안게임과 4년 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거예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이후에는 IOC위원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요. 또 제 힘들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힘이 되는 윤영일 감독님 같은 훌륭한 지도자도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 부모님이십니다. 행복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부모님께 꼭 보답하고 싶어요."
16.12.07.